20071126

이젠 더이상 싸이에다가는 일기를 못쓰겠다. 아무래도 싸이에 쓰는 일기는 남을 의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리 일기라고 의미를 부여해도 100%솔직하게 쓰지 못하고 중요한 말은 모호하게 하거나 돌려 말하곤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가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거의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오거나, 내가 솔직하게 내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만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블로그는 거의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싸이는 이름으로 검색하면 하루만에 누구든 찾아낼 수 있지만 블로그는 그게 쉽지 않아서 더욱 좋다.



그 일 이후로 며칠이 지났다. 여전히 연락은 하지 않고 있다. 네이트온에 들어갈 때도 있을까봐 로그아웃중으로 들어간다. 난 또 도망치고 있다. 항상 그렇다. 항상 이렇게 도망친다. 내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제대로 정면으로 붙어본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아무것도 없다. 남들이 그렇게 열심히 비하고 온몸으로 맞서는 수능 마저 나는 정면으로 붙었다는 느낌이 없었다. 대체 나는 뭘하는 인간이냐. 내 머릿속엔 아무 것도 없이 텅텅 비어있고 하는 일이라곤 먹고 싸고 자는 일 뿐이다. 인간이 아니라 동물인건가 나는.
하지만 오늘 한 일을 생각해 보니 그다지 생각이 없는 놈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반대표를 위한 유세 동영상도 찍었고 통계학도 열심히 들었다.


도망치기 싫다. 하지만 나는 힘든걸 싫어한다. 부담스러운 것도 싫어한다. 그래서 그 결과는 도망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나는 문득 내가 겁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싫어하는 것들을 하는 것이 무서워서 도망치는 겁쟁이. 언제쯤에야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서 내가 인간이라는 걸 내 스스로 증명 할 수 있을까. 점점 머리가 무거워진다. 담배를 태워야겠다. 항상 외로움을 타는 내게 옆에 있어주는건 담배 뿐이려나 날씨는 추워서 밖에서 피기는 싫은데 방안에서는 또 필수가 없다. 슬슬 옷을 두껍께 입고 나가야겠다.
추워지니까 옷입는게 부담스러워진다. 무거운 옷은 몸뿐만아니라 마음도 무겁게 하는 것 같다. 한발 한발 딛을 때 내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압력은 평소보다 너 커진걸 느끼게 되고 그것은 곧바로 내 마음에도 전해진다. 몸과 마음은 하나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내 몸이 이렇기 때문에 인간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채플도 이미 NP가 떳겠다, 그냥 밤새 기타치고 띵가띵가 하다 자련다.



슬슬 연말 준비를 해야한다. 크리스마스도 아무것도 아닌 이런 날들이 나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역시 다른사람들을 내가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날들에 외롭게 있어서는 안된다는 남들의 생각이 나에게 영향을 미쳐 나는 혼자있기 싫어지고 누군가에게 연락을 해야겠고 아니면 밤새 술을 마시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그것도 아니면 명동이나 종로거리를 혼자서 헤메이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있을 가능성이 80%이상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거절당하는게 무서워서 말도 못꺼내는 겁쟁이니까. 역시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이렇게 글로써만 찌질대고 있을 뿐이다. 슬프다.

by 카인 | 2007/11/27 00:33 | 일기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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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hirou君 at 2007/11/27 11:59
삶이란 그런 것이겠지요...
이 이상 뭐라고 해드릴 말씀이 없는 이유는 저 역시 카인님과 같이 겁쟁이고 지금도 도망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블로그에 올려본 적도 없으니.[...]
Commented by 물푸레나무 at 2007/11/28 01:29
내가 니 블로그 샅샅이 다 보고 있다 무섭지?ㅋㅋ
음, 힘든건 다 싫고 피하고 싶고 나랑 똑같네 뭐.
너나 나나 아직 많이 어리구나ㅋㅋ
Commented by 물푸레나무 at 2007/11/29 00:14
업데이트를 해라~~
Commented by 시크릿 at 2007/11/29 03:34
집에서 이 얘기를 안 한건, 뭐, 별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였다... 랄까?
싸이월드는 역시 가식의 중심, 쓰기 나름이지만. 어차피 둘러댈 뿐인 시덥잖은 인간관계따위, 라는 것이 최근의 계속되는 생각.
나름 정면으로 맞서고 있으나, 정면으로 맞설수록 맞설 것들이 늘어나네. 젠장.
뭐 늘어나는 것 따위 내 알 바 아니고 난 그저 여유있는 삶을 살겠어. ㅋㅋㅋ
크리스마스엔 혼자 마시지 마라. 정 오갈데없는 영혼은 나에게로.
Commented by 카인 at 2007/11/30 01:39
물푸레나무/ 무서워열 ㄷㄷㄷ

시크릿/ 알라뷰 붸이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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