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 - 서정주

동천
 
                              -서정주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 사람들이 서정주가 친일분자니 뭐니 권력의 개라니 해도 
나는 서정주의 시가 너무 좋다. 귀촉도 화사 자화상 등등...  
나는 오히려 시를 사회 참여의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웃긴다. 
글로서 사회 참여를 하려면 하나의 연설문이 더욱 파급효과가 클것이다.  
내가 또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시가 더 강력한 효과가 있다고 나불대겠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솔직히  
요즘같은 시대에 시간 남으면 시읽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냥 TV에서 연설문 읽는게 차라리 낫겟다.
 
 
그건 그렇고.. 
이 시는 뭐 인간의 본질과 의미라는 무게를 다루고 있다는 높으신 분들의 해석 말고.. 
나는 그냥 이 시를 읽으면서 작가 서정주의 상상력에 놀랐다.  
그믐달을 사랑하는 님과의 눈썹과 중첩시킬수 있다니.... 
님을 사랑하는 크기가 얼마나 크면 그믐달을 보면서까지 그 사람의 눈썹을 생각해 낼 수 있까? 
나는 언제 그믐달을 보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썹을 떠올리기나 했던가?
 그리고 한 문장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짓는 다는 것도 대단하다. 
역시 작가라는 직업은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PS. 어려운 해석
 
 3음보 율조의 5행 한 문장으로 된 이 시는 짧은 형식 속에 인간의 본질과 의미라는 무게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일체의 설명을 배제하고 고도의 상징적 수법을 구사함으로써 강렬한 언어적 긴장을 이루고 있는 차원 높은 시가 되었다.
싸늘하면서도 유리같이 투명한 겨울 밤하늘 '동천(冬天)'에 초승달이 떠 있고, 그 한켠에 한 마리 '매서운 새'가 날고 있는 것이 이 시의 전부이다. 이 시는 화자의 행위를 나타내는 1∼3행까지의 전반부와 그에 대한 반응, 즉 새의 행위로 나타나는 반응인 4∼5행의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1행의 '고운 눈썹'은 초승달을 의미한다. 이 초승달이 화자의 마음 속에서 천 년 동안 맑게 씻긴 것임을 고려한다면, '눈썹'은 곧 사랑의 표상이다. 2행의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는 행위는 지금까지 겪어온 온갖 모순과 갈등을 투명화하는 작업을 의미하며, 3행의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는 절대적 경지로 비약하려는 행위로,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지향하는 화자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4행의 '매서운 새'는 공격적 특성을 환기하는 시어로 차가운 겨울 밤하늘과 어울려 그 '매서움'이 배가되고 있다. 그러나 '매서운 새'는 달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5행의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는 유순함으로 나타난다. 결국 새는 달을 공격하지 않는, '매서움'으로서의 특성이 나타나지 않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동지 섣달의 밤하늘을 날며 '시늉하며 비끼어 가'는 '매서운 새'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 시의 평면적 의미는 '내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임의 고운 눈썹을 천 년 동안 마음 속에 아로새겨 하늘에 옮기어 놓았더니, 동지 섣달 하늘을 나는 매서운 새가 눈썹의 절대적 가치를 알고 비끼어 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운 눈썹'인 초승달이 '즈믄 밤의 꿈'으로 이어지는 것은 초승달이 여러 차례의 변신을 통해 최종 단계인 '만월'에 다다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초승달은 화자가 염원하는 동경과 구도의 상징물로서, 그가 추구하는 어떤 절대적 가치를 '임'(절대적 대상) → '초승달'(미완성의 상태) → '만월'(완전한 영원의 세계)의 순서로 전개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매서운 새'는 '만월'인 영원의 세계를 동경하는 인간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매서운 새'가 현실 세계인 '동천'에 존재하며 끈질기게 영원의 세계인 '만월'에 접근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은 '시늉하며 비끼어'가는 한계에 부딪치고 말 뿐이다. 이렇게 이 시는 절제된 시어와 짧은 형식을 통해 절대적 가치에 대한 외경(畏敬)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정말 어렵다..

by 카인 | 2006/06/25 23:40 | 시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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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고지라 at 2006/08/10 14:03
정말 시인의 문장력은 굉장한것 같습니다. 한문장으로
이런 여운을 남겨낼 수 있다는것이....
....그렇지만 시집을 찾아서 본다는게 쉽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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